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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공론

약국 보조원(테크니션) 사례와 국내 약사·약대생의 시각 上

권혜린·이찬희·임세린·장하얀·탁영민 청년기자   2019-02-25 11:21:47

약국에는 약을 조제하고, 검수하고, 복약 지도하는 등의 약무를 책임지는 약사 외에도 경우에 따라 약사가 주 업무를 잘 할 수 있도록 전산 등 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이 있다. 그중 ‘약국 보조인력(테크니션)’이라는 직업은 세계약사연맹(International Pharmaceutical Federation, 이하 FIP)에서도 매년 연례 총회에서 테크니션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

2018년 영국 Glasgow에서 열린 FIP World Congress에서는 “Partners in health”라는 주제로 7번째 테크니션 심포지엄이 진행됐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약국 테크니션의 역할과, 테크니션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주요 토픽으로 다뤘다. “Partners in health.” 테크니션은 건강과 관련해 약사와 함께하는 파트너들이라는 것인데, 이들이 말하는 약국 테크니션은 약사와 어떤 파트너십을 맺고 있을까?

FIP가 정의한 약국 테크니션의 직능은 다음과 같은데, 약사 또는 다른 의료 종사자들의 지도 아래 약의 조제와 관련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 업무는 약의 저장 상태를 파악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것, 약을 포장하고 라벨링하는 것 등의 간단한 일에서부터 약을 조제하고 고객들에게 의사 또는 의료 종사자들이 처방한 대로 복약지도를 하거나 고객들의 질문에 답해주는 것 등의 직무까지 포함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테크니션을 ‘약무보조인력’, ‘조제조수’, ‘약제기사’ 등으로 지칭하고 있다.

해외 테크니션, 취급 약 구분해 효율적 복약지도
현재 약국에서 테크니션이 근무하는 것이 합법적으로 인정되는 나라는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독일, 프랑스 등이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테크니션이라는 직능이 의약품을 다루는 대신에, 공통적으로 그 자격을 얻기 위해 국가가 공인한 ‘자격증’ 혹은 그에 준하는 ‘시험’을 통과한 사람이어야 한다.

약국 내에서 약무보조로 일하는 것이 정식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상당량의 실습 교육과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각 나라별 시험의 형태는 다음과 같다.


각 나라별 테크니션의 업무는 공통적으로 약과 관련된 모든 업무에서 약사, 약무실무자의 책임 하에 실시 되고 있다. 약사 한 명당 약무 보조인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1:2 에서 1:5를 차지하는데, 약사는 약무 보조인력과는 다른 방식으로 더 많은 교육과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면허를 부여함으로써 업무를 구분하고 있다.

이는 테크니션이라는 직능의 중요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만큼의 올바르게 정착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 또한 의미한다.

해외에서는 약의 등급을 약의 중요도 및 안전성에 따라 분류해 약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이 취급할 수 있는 약과 테크니션이 일부 취급할 수 있는 약 등으로 구분해 복약지도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명찰 및 가운의 색 등으로 약사와 약무 보조인력의 구별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약사 이외의 인력을 두는 것이 꼭 효율적인 제도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도 있다. 가까운 나라인 일본에서는 2008년에 일부 의약외품과 3등급의 의약품을 판매 할 수 있는 ‘등록판매자 제도’를 시행했다.

이는 의약품을 등급으로 구분해 1등급인 약은 약사만이 판매할 수 있고, 2등급과 3등급의 일반의약품은 판매 자격을 갖춘 등록판매자를 통해 판매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약사의 효율적인 복약지도와 일반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시작한 제도였다.

하지만 등록판매자가 되기 위한 자격요건을 획득하기가 쉽고,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일부 등록판매자들이 자격요건이 되지 않음에도 1등급의 약을 판매하거나, 무자격자들의 의약품 판매가 고발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건강을 위해 국내에서 약무 보조인력에 대해 공식적 도입을 주장하기에는 아직 선행돼야 할 일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약국 보조인력 도입, 수가제도 선행돼야
그렇다면 국내 약사들은 약국 보조인력(테크니션)을 제도적으로 도입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에 대한 현직 약사들의 찬성, 반대 의견과 현장에서 직접 느낀 다양한 살아있는 의견을 듣고자 약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2주간 진행된 설문조사는 주로 SNS를 통해 전달되었으며, 총 86명이 응답했다.

첫 번째 질문은 근무하는 분야에 따라 약국 보조인력에 대한 인식이 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종사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 질문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약사 86명 중 지역약국 약사가 절반에 가까운 48.8%를, 제약 산업 약사 25.6%, 병원약사 18.6%로 지역약국 약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역약국 약사의 경우 근무약사 또는 대표약사에 따라 견해에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알기 위해 근무 형태를 질문했는데, 응답자 중 지역약국에서 일하는 약사의 80%는 근무약사로서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두 번째 질문은 약사로서 근무한 경력에 다른 인식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언제 약사 면허를 취득했는지 질문했다. 응답자 중 2014~2018년에 면허를 취득한 사람이 88.4%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2009~2013년도 면허를 취득한 비율이 9.3%로 그 뒤를 이었다. 2000년 이전에 취득한 응답자는 없었는데, 이는 설문조사를 전달하는 경로가 SNS를 통해 전달됨으로써 2000년 이전 약사님들께 전달되지 못한 한계를 가졌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2번 문항을 통해, 본 설문조사의 결과가 대체적으로 6년제 약학교육을 받은 젊은 약사들의 견해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었다.

약국 테크니션 제도 도입에 대한 의견을 질문한 세 번째 문항에서는 ‘찬성’을 택한 비율이 조금 더 높았지만, ‘반대’의견 비율과 비교하여 유의한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도입을 찬성하는 목소리는 50명(58.1%)이었으며, 반대는 36명(41.9%)이었다. 어떤 약사들이 ‘찬성’을 많이 선택했는지 분석 해 보았을 때, 약국 보조인력에 대해 지역약국에 근무하는 약사뿐만 아니라 제약 산업에 근무하시는 약사님들도 찬성입장에 힘을 실었음을 알 수 있었다. 지역약국에서 대표약사로 근무하는 약사의 60%, 근무약사로 근무하는 약사의 56%가 찬성했고, 제약 산업 약사의 73%가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서 지역약국에서 근무 형태에 따라 의견에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했다.

약국 테크니션 제도 도입에 찬성한다고 답한 약사들 중 46명(92%)이 그 이유로 ‘약국업무의 효율성 증대(일반약 판매 및 복약상담에 집중)’를 꼽았으며, 구체적으로 약사는 단순조제보다는 상담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밖에도 ‘단순 업무에 대한 회의감’이 14명(28%), ‘현황과 제도간의 간극’이 14명(28%)으로 그 뒤를 이었고, ‘인건비 절감’이 6명(12%)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설문에 참여한 약사들의 대다수가 젊은 약사들이라는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약국 보조인력에 반대하는 의견은 대부분이 그 이유로 ‘약사직능의 가치하락’ 20명(55.5%), ‘약사의 직능 침범’ 18명(50%)을 꼽았다. 즉, 약사법에 규정되어 있는 약사의 직능인 조제행위에 대한 약사의 권한 침해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제도적 도입은 시기상조이다’를 이유로 꼽은 약사가 16명(44.4%), ‘조제 위주의 약국 등 문전약국에 필요성이 한정되어 있다’라고 답한 약사가 2명(5.6%)으로 나타났다.

약사들의 개인 견해를 물은 마지막 질문에서도 진심 어린 응답이 있었음에 응답한 A약사는 “지역사회에서 약사의 역할이 ‘여러 곳에서 처방받은 약 상호작용 판단 및 복용방법 재교육’, ‘환자의 건강에 대한 전반적인 상담’ 등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하려면 사회적 인식의 전환과 수가 신설 등 1차적인 건강 상담 주체로서의 위치가 우선 확보되어야 하고, 이때 비로소 단순 조제업무를 조제 테크니션에게 넘기고 약사는 상담업무와 복약상담에 매진하게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B약사는 “외국의 테크니션 인증 및 자격 제도 등을 검토하여 미리 업무 범위를 규정 짓지 않고 진행한다면 약사 직능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테크니션에게 넘기고 줄어든 약사의 업무 범위만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전문적인 업무를 정확히 규정하여야 하며, 이에 대한 수가 제도도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약무 보조인력의 도입 전에 선행되어야 할 제도적 기반으로 수가 (Fee for service)를 언급한 것에서 단순히 약무 보조인력의 필요성이 제도의 도입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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