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약사공론

비닐봉지 줘도 걱정, 안 줘도 걱정···약사들 속앓이

차민정 청년기자   2018-03-30 09:39:57

1회용 비닐봉지 무상 제공 금지는 지난 2003년부터 시행돼 왔다. 환경부에 따르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33㎡(약 10평) 이상의 면적을 갖춘 도소매 점포는 1회용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다.

비닐봉투 제공 시 환경부담금을 받지 않는 경우 과태료는 면적당 부과된다. 33㎡ 이상 165㎡ 미만 5만 원, 165㎡ 이상 1천㎡ 미만 10만 원, 1천㎡ 이상 30만 원이며 최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봉투가격은 정해진 것이 없다.

즉 돈을 받기만 하면 된다. 정부가 시행규칙을 정할 때 '유상 제공할 거면 얼마를 받아야 한다'고 정확한 금액을 산정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실습했던 약국에서는 비닐봉투를 유상으로 제공했다. 10주의 실습기간 동안 모든 투약상황에서 '비닐봉투 가격이 50원인데 필요하신가요?'라고 물었다. 역시 비닐봉투는 마약과 같은 존재였다.

많은 이들이 비닐봉투에 중독된 듯 심한 의존성을 보였다. "위잉-찍"카드 결제 영수증이 올라오는 소리와 "바스락" 비닐을 집어 올리는 소리의 불협화음이 이들에게 정상적인 구매가 완료 됐다고 안도 시키는 듯 했다.

실제 80퍼센트 정도는 비닐봉지가 필요함에도 사용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집이 근처라 이정도면 손에 들고가면 된다"거나 "차가 근처에 있어서 상관없다"는 식이다.

또한 10퍼센트 정도는 환경 보호 정책을 잘 이해하고 있고 환경보호에 동참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 기꺼이 봉지 값을 지불했다. 인상을 찌푸리는 것은 나머지 10퍼센트 정도이다. 이들에게는 비닐봉투로 50원 더 벌고자 하는 '짠내'나는 약국으로 기억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대부분 약국에서는 아직 무상제공을 하고 있다. 물약처럼 부피가 큰 처방이 많은 소아과, 이비인후과 밑 약국이나 장기처방 환자가 많은 약국의 경우 작은 종이 투약봉투에 약이 다 담기지 않아 손잡이가 있는 겉 봉투가 편의상 반드시 필요하다.

주로 이런 처방을 받는 약국에서는 모든 환자들에게 값을 받고 봉투를 제공한다고 언급하기 불편할 만하다.

약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다른 약국과의 비교이다. 같은 처방에 대해 여러 약국과 경쟁해야 하는 약국의 경우 서비스 차원에서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해야 하나 걱정 할 수 밖에 없다. 단골 고객이 끊기는 것이 두려워 회피하기도 하며, 50원 때문에 시비가 붙을까 두려워 회피하기도 한다.

환경보호에도 앞장서면서 이웃 주민들의 민심도 잃지 않는 약국의 적절한 대응책은 없을까 고민해보았다.

첫번째는 비닐봉투를 유상으로 판매하되 다른 소비자에게 재사용 할 수 있도록 예쁘게 접어 보관해온 비닐봉투를 다음 방문 지참 시 환불해주는 방법이 있다. 소비자가 환불을 받으러 온다면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다.

두번째는 약국에서 정해 놓은 일정 가격 이상의 고객에 대해서는 따로 마련해 놓은 종이봉투나 장바구니를 제공하는 방법이다. 약국의 투자비용이 생긴다는 현실적인 장벽이 생길 수 있지만 소비자의 만족도는 더 높을 것이다.

약공덧글  |  덧글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