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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공론

60년 생약 연구 외길…"이제야 조금 알 것도 같다"

이우진 기자   2019-01-31 06:00:30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제약업계에서 60년동안 꾸준히 회사에 머물며 아흔에 가까운 나이까지 현장에서 머무른 이가 있다. 우황청심원과 경옥고의 산파 중 한 명이자 국내 처음으로 한약 현대화사업에 성공한 홍남두 박사다.

대학병원 약제부, 교수에 제약현장까지 아우른 그는 지난 2018년 12월말까지 생약과 한약을 놓지 않았다. 여기에 퇴직 후인 지금까지도 연구에 대한 관심을 이어나가고 있다. <약사공론>은 최근 홍남두 박사를 만나 그가 걸어왔던 길과 앞으로의 새 이야기를 들어봤다.

◇약대에서 먹고자며 배운 생약학…"이제 조금 알 것도 같다"

군인이었던 그가 약대생이 된 것은 아버지가 '앞으로는 기술을 가진자가 미래를 만든다'는 말을 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어렵게 입학한 약대에서의 공부는 더욱 힘들었다. 한국전쟁 중 머리에 부상을 입은 것이 화근이었다. 기억력은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때 당시 생약학 과목을 맡은 고 유경수 교수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생약학교실에서 그를 숙식하게 하면서 공부를 계속하도록 도왔다. 그렇게 홍 박사는 생약에 빠져 들었다.

시간이 흘러 그는 1961년 대학을 졸업하고 안국약품 생산부장으로 약업계에 들어온다. 그 과정에서 한약탕제를 복용하기 쉬운 분말로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 일본에서 스프레이형 분무기를 사용해 제형 변경을 시도했다 실패했다는 정보를 접했다.

하지만 섬유질이 많은 생약 성분은 분무기의 필터에 걸려 그 성분을 모두 담기 어려웠다. 그 때 강한 압축을 가진 '센트리퍼트'형 분무기의 가능성을 보고 특수한 형태의 분무기를 확인한 뒤 연구를 위해 경희약대로 돌아온다.

분무기로 약제를 뽑아냈지만 아직 문제는 남았다. 생약 특유의 흡습성. 그는 비타민C 분말을 코팅해 습기를 막는 방법을 개발해 국내 첫 엑기스 분말화 제제 개발에 성공한다.

이후 대학에서 정년 퇴임 후 한국신약 부회장 겸 연구소소장으로 부임해 상황버섯 추출물을 위한 자가배양에 성공한다. 여기에 일본 수출이 이어졌다.

더불어 국내 주목나무 내 어린 잎사귀 내 항암제 성분인 텍솔의 함량이 많다는 연구결과에 착안해 이를 추출해 내는데도 성공한다.

그렇게 2006년 회사를 떠난 그는 다시 제약업계에 들어온다. 그의 능력을 눈여겨본 광동제약 고 최수부 창업주가 R&D고문 및 해외사업부 고문을 맡긴 것. 다시 그는 한방 의약품제조에 대한 GMP시설과 한약원료공장인 중국연변광동제약의 BGMP시설과 운영 및 한약재 품질유지 작업을 시작으로 13년간 광동경옥고의 생산방법 및 약효연구와 일본 약사들에게 경옥고에 대한 교육을 전담해 왔다.

이렇게 그는 1961년 대학졸업 이후 2018년 12월 말일까지 60년간 오직 한약(생약)에 대한 업무만 해왔다. 제약업계에서는 안국약품 생산부장, 한국신약 부회장 겸 자광연구소 소장, 광동제약 R&D 및 해외사업부 고문 등을 맡아왔다.

대학의 경우에도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연구교수 및 약제부장, 경희대 동서의학연구소 소장 겸 WHO경희전통약물협력센터장, 중국 심양의학원(의과대학) 명예교수를 역임했다. 여기에 한국생약학학회장를 시작으로 일본청심회와 일본경옥회에서 큰 역할을 맡았다.

업적을 보면 한국 최초(한약엑기스 분말) 한약 현대화사업 성공, P,linteuse 균사체배양, 텍솔 주사제 자체 개발을 달성했다. 이에 한국생약학회 학술대상 수상, 약사공론 주관 약사금탑상, 다산기업과학상, IR52 장영실 과학상, 국무총리상 수상 등의 영예를 누렸다.


이렇게 많은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홍 박사는 '이제야 자연을 조금 알 것도 같다'고 운을 뗐다. 60년동안 공부하고 연구한 것을 이제야 조금 알것도 같다고 표현할 만큼 배울 것은 무궁무진했다는 뜻이다.

홍 박사는 "생약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생산 추출, 효능, 약리 등 효과와 별도로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일본에 있는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동감해 2년간 공부를 시작했고 그 길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유기합성이나 생화학을 하다보니, 그 것이 힘이 돼 90세까지 근무를 하게 됐다. 남들이 안한 것을 한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며 "그만둘 무렵에 자연과 천연물에 대한 위대성을 조금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약개발, 생명 존경하는 자세가 중요"…연구 '현재 진행형'

그는 약학, 특히 천연물을 공부하는 이이에게 "자연의 위대함을 알고 이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경옥고만 해도 6가지 재료만으로도 아주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 천연물 연구에 대한 겸손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박사는 "현대 등장한 상당수의 의약품은 아직 80%가 자연에서 잡아낸 것이 많다"며 "논두렁에 있는 잡초도 생명의 발현부터 활성의 원리를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며 "약품을 개발하려는 이는 생명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존경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직도 그는 새벽 2시 반여에 일어나 해벽 3시 반에 식사를 하고 아침운동과 휴식, 공부, 취침 이라는 주기를 꼬박꼬박 지키고 있다. 60여년간 몸에 배인 습관이다. 식사도 일정하고 술담배도 전혀 하지 않는다.

여기에 각 주기에 맞는 목표를 세우고 연구를 지속한다. 그동안의 연구에 대한 꾸준함으로 존경을 표하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개발 일선에서 물러난 그이지만 그는 새로운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경옥고의 재평가다. 현직 약학 관련 교수 수 명과 함께 경옥고의 효능에 대한 연구를 하나부터 열까지 체계화해 조상들의 지혜를 입증하는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홍 박사는 "경옥고가 우리 고서 내 한약제제 중 가장 많이 국제학회에 발표된 제품으로 알고 있다. 가면 갈수록 그 제법과 효과에 매력을 느꼈다"며 "특히 만병통치약처럼 느껴질 정도로 뚜렷한 효능이 다양하게 나온다. 이에 3년간에 걸쳐서 기본적인 것들, 성분변화, 활성, 다양한 효과에 대한 점을 기본 원리를 설명해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