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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공론

“한 알의 약이 고통을 덜어 주듯 시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죠”

김경민 기자   2019-01-24 06:00:45

“사람에게 다가가 몸과 마음을 움직이고 치유한다는 점에서 약사의 길과 문학의 길은 다르지 않습니다.”

약사 겸 시인으로 30여년간 활동해온 김세윤(해운대 우리약국) 약사의 말이다.

김 약사는 고교 시절부터 교내 문학상을 타는 등 문학에 두각을 나타냈으며 약대에 들어가서도 교내 문학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며 문학적 감수성과 소양을 키워나갔다.

문학과 예술의 품속에서 노닐다 사회에 나온 김 약사는 제약회사와 병원 약국을 거쳐 개국을 하면서 문학의 소중함을 더욱 깨닫게 됐고 그 끈을 놓지 않으려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에게 시는 삶의 버팀목이자 자아실현의 도구였기 때문이다.

“약국 업무에 바빠 시를 쓸 수 없을 때는 책을 읽었죠. 한 손으론 책을 들고 또 한 손으론 조제를 할 정도로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매주 5~6권씩 책을 읽고 동네 주민들과 소통하며 시를 썼죠. 그러지 않았다면 아마 버텨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는 8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그 후 ‘도계행’, ‘황금바다’ 등의 시집을 내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지난해는 '이누우욕'으로 부산일보 해양문학상을 수상하고 ‘새, 오얏꽃 날개’로 포항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으며 시인 김세윤으로서 결실을 보는 뜻깊은 한해였다.

김 약사의 시에는 바다와 관련된 작품이 많다. 바다와 무관한 삶을 살아온 그가 바다에 주목해온 것은 약국을 찾는 환자들의 영향이 컸다.

해운대에 위치한 약국을 30년간 운영 중인 그는 선원들의 가족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의 희로애락을 들으며 바다에 대해 더욱 주목하게 된 것이다.

“남편이 배를 타고 멀리 가 있는 동안 아픈 가족 병시중을 혼자 감내해야 하는 등 녹록지 않은 삶을 사는 그들의 애환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바다로 관심이 쏠렸죠. 가족의 애환과 함께 바다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은 해양 시의 원천이 되기 충분했어요.”

고민과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바다와 산을 찾는 김세윤 약사는 그곳에서 시의 영감을 얻고 있다.


약사 겸 시인으로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김 약사는 시와 약사가 주는 약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에게 다가가 몸과 마음을 움직이고 치유한다는 점에서 약사의 길과 문학의 길이 다르지 않다는 것.

“약사가 주는 한 알의 약이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듯 시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공유와 소통의 시대에 인문학적 소양이 새로운 창조를 잉태하듯, 약국도 어쩌면 열린 공간이자 소통의 장소로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현재 주위의 사람과 함께 인문학 모임도 이끌어가고 있다. 그들에게서 인문학의 갈증을 느낀 김 약사는 마지막 시집을 펴낸 지 20년 만에 세 번째 시집을 준비 중이라고 전하며 그의 문학 활동을 기대케 했다.

“자기 삶 속에서 부족함을 아는 한 인간은 나이가 들어서도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죠.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의 기쁨, 내가 성장한다는 깨달음만큼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내게 바다는 열린 공간이자 끝없는 창조의 원천이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