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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공론

"어느 누구이든 삶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홍대업 기자   2018-02-01

"소설은 '인간'에 대해 말하고 인간을 탐구하고 인간의 가장 깊고 어두운 면까지 파고들기 때문에, 그러면서도 결국 우리가 마지막으로 가질 수 있는 것도 '인간에 대한 희망' 뿐임을 보여주기 때문에 매력적이죠."

원주 센트럴병원 약제부 김희선 약사(45·강원약대)는 지난 2011년 늦깎이 소설가로 데뷔했다. 그러니까 30대 후반의 나이에 글쟁이(?)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그만큼 그의 작품에선 사소하면서도 사소하지 않은 인간 삶의 통찰력이 묻어난다.

김 약사는 2011년 봄 동국대 국문과 대학원에 진학했고 같은해 8월 '작가세계' 겨울호에 '교육의 탄생'이 당선돼 등단했다. 본격적인 창작활동은 늦게 시작했지만 등단까지의 기간은 매우 짧고 그 이후에도 계속 작품을 쏟아내 만만치 않은 저력을 지닌 작가라는 평가다.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고 고등학교 때까지 글쓰기를 즐겨했죠. 그러다가 원주에서 운영하던 서울약국을 잠시 접었던 2008년 이후 그동안 관심 있던 국문학 공부를 해볼 요량으로 대학원에 등록을 했고 첫 습작으로 썼던 작품이 문예지 신인문학상에 당선된 거예요."

김 약사는 '교육의 탄생' 이후 단편소설집 '라면의 황제', 장편소설 '무한의 책'을 펴내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 묻어나는 세계관은 약사 생활을 하며 경험한 것들과 일정 부분 맞닿아 있다. 약국을 경영하면서는 매일 수십 명씩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을 만났고, 1995년 종합병원 약제실 근무 시절에는 중환자실에서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환자들을 대면한 것이다. 그들의 흐릿한 눈빛에서 느낀 것은 '생에 대한 욕망이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약사 생활을 하면서 보았던 환자들의 눈빛을 한번도 잊은 적이 없어요. 그것이 세상 그 어느 누구에게도 생(生)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는 믿음이 내 안에 자리 잡게 된 이유입니다. 또 소설에서 발현되는 윤리나 주제, 세계관이기도 하고요."

김 약사는 일선 약사들이 소설 등 인문학을 접했을 대 인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의약학이 병든 인간이 치유를 목표로 하는 학문이라면 소설 역시 또 다른 의미에서 병든 인간에 대한 치유를 위해 창작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약사로서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한 경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타자에 대한 윤리의식을 선사해주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김 약사는 또 글쓰기에 도전하고 싶은 일선 약사들에게 "매일 무엇인가를 써보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일기이든지 감상문이든지 시에 대한 주석이든지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김 약사도 매일같이 무언가를 쓰는 습관을 갖고 있었고 그러다보니 글쓰는 일이 친숙하게 느껴지더라는 것이다.

김 약사는 2015년 5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월간 '현대문학'에 매달 연재됐던 ‘무한의 책’에 대한 소개도 잊지 않았다. 원고지 2300장에 달하는 분량으로, 연재하는 동안은 오직 창작에만 매달렸던 작품이다. 그 시간이 무척 즐겁고 행복했다고 했다.

"무한의 책은 약간은 SF적인 이야기 흐름 속에 과연 한 사람의 인간이 스스로를, 그리고 세상을 구할 수 있는가에 대해 탐구하는 내용이에요. 길긴 하지만 무척 재미 있으니 읽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