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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공론

서울 상급종병 문전약국 128곳 중 46곳 '가루약 조제 불가'

강혜경 기자   2018-12-06 10:20:33


서울지역 소재 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 128곳 가운데 가루약 조제가 불가능한 곳이 46곳(35.9%)로 나타났다.

조제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한 약국들은 대체로 처방된 약을 구비하지 못해서, 가루약 조제 기계가 없어서라고 응답했으며 가루약 조제가 가능한 다른 약국을 안내해 준 경우도 14곳에 불과했다.

또한 가루약 조제가 가능하다고 응답한 약국이라고 하더라도 1시간에서 최대 3시간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고 응답해 다른 조제 환자들의 불편 역시 초래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이 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서울시 소재 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의 가루약 조제 현황'을 주제로 제3회 환자권리포럼을 개최했다.

환자 10명 중 3명 "조제거부 당해"…약국 "4~5배 시간·노력, 대기시간 길어져"

이은영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 사무국장.

먼저 주제 발표를 맡은 이은영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 사무국장은 서울성모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강북삼성병원, 건국대학교병원, 경희대학교병원, 고대구로병원, 고대안암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중앙대학교병원, 한양대학교병원 등 13개 상급종합병원 문전약국 128곳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은 '5가지 알약을 각각 소분해 총 90일간 복용해야 하는 처방'과 '1가지 약을 0.25로 소분해 총 150일간 복용해야 하는 처방'을 설정하고 약국에 전화설문을 실시했다.

그 결과 '가능하다'고 응답한 곳은 70곳(54.7%), '불가능하다'고 응답한 곳은 58곳(45.3%)였다.

58곳의 불가사유를 살펴보면 '처방된 약을 구비해 두지 못해서'가 15곳으로 가장 많았고, '가루약 조제 기계가 없어서' 12곳, '처방전을 약국에 가져오지 않아서' 12곳, '가루약 조제기계가 고장나서' 7곳, '다른 환자들의 대기 시간이 길어져서' 2곳, 기타이유 10곳 순이었다.

실제 처방전을 약국에 가져오지 않아서 조제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한 약국 12곳을 제외하면 총 128곳 가운데 46곳에서 조제 거부가 이뤄진 셈이다.

또한 이 곳들 중에서 가루약 조제 가능 약국을 안내해 준 곳은 14곳에 불과했다는 것.

이 사무국장은 가루약 조제가 가능하다고 응답한 약국들의 대기시간을 문의한 결과 '1시간~2시간 미만'이 21곳으로 가장 많았고 '3시간 이상' 20곳, '알 수 없음' 11곳, '1시간 미만' 9곳, '2시간~3시간 미만' 5곳, '30분 미만' 4곳 등으로 나타났다.

환자·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약국에서 가루약 조제를 거부당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30.7%가 그렇다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국들은 조제불가 사유에 대해 대기시간이 길어져서 38.1%, 가루약 조제 기계가 없어서 19.5%, 처방된 약을 구비해 두지 못해서 15.3%라고 설명했으며, 다른 약국을 안내해 줬냐는 질문에는 16.2%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외에도 가루약 용량이 정확하게 나눠지지 않을 때가 많아 불안하다, 가루약 조제를 하는 믹서기가 얼마나 잘 세척됐는지 찜찜하다, 마늘 찧는 걸 사서 직접 찧었다고 응답했다.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은 약사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도 공개했다.

약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2명이 조제를 거부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사유는 다른 환자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져서, 약의 용량이 너무 작아서 소분이 안된다 등이었다.

약사로서 가루약 조제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것 중에서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가루약 성분들이 혼재해 약의 효능이 변경'이 40.0%로 가장 많았고 가루약 조제 관련 건강보험 보상체계 20.0%, 기타 이유 20.0%, 가루약 조제를 위한 기계의 구입 및 관리 10.0%, 가루약 조제시 발생하는 분진으로 인한 약사의 건강 10.0% 등 순이었다.

약사들은 정부 차원의 지원 요구에 대해 '가루약 조제에 대한 건강보험 보상체계를 개선해 줬으면 한다' 50.0%, '제약사에서 약을 분제·현탁액 등의 형태로 공급했으면 한다' 30.0%, '가루약 조제 환경 개선을 위한 기계·설비 등의 비용을 지원해 줬으면 한다' 10.0%, 기타 사유 10.0% 등으로 응답했다.

정제 대비 네다섯배의 시간과 노력, 특수 기계가 필요한 가루약 조제에 대해 적절한 보상 없이 약사의 양심에 호소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약사들의 공통된 주장이었다.

한편 이 사무국장은 "음식이 식도 내에서 내려가다가 지체되거나 중간에 걸려 더 이상 내려가지 않는 삼킴곤란을 겪는 노인환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유아·어린이 환아 중에는 필름이나 코팅정으로 된 알약 복용을 싫어하거나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아 가루약 조제 거부와 관련한 민원이 계속 늘고 있다"며 "문제점과 장애요인을 도출해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 환자의 의약품 접근권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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