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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공론

제약사의 한숨..."판촉 마케팅도 없으면 영업 되겠어요?"

이우진 기자   2018-12-06 06:00:30

세계제약협회연맹이 적용한 새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로 한 시점이 불과 한달 여 남았다. 국내외 제약사 모두 이에 대해 수용했지만 제약사들의 온도차와 내부 반응은 아직 부정적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약사공론은 제약사들이 새 가이드라인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향후 약업계 마케팅 및 영업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업계 관계자들의 입에서 들어봤다.


<글 싣는 순서>

<상> "판촉물 안주면 영업 되겠어요?"
<중> 제약사들 "새 가이드라인 맞이하겠지만…" 불만은 여전
<하> "주지 말라면 주지 말아야죠"…'교통정리' 필요성도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세계제약협회연맹(IFPMA, International Federation of Pharmaceutical Manufacturers and Association)의 새 판촉물 관련 가이드라인은 기본적으로 영업 및 마케팅 환경에서 의약품과 관계없는 불필요한 판촉을 자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가이드라인에는 경조사비 등을 포함한 관례적 선물 제공을 비롯해 심부름 등 개인 노동력 제공을 금지대상에 포함됐다.

또 회사 로고가 인쇄된 펜과 메모지 정도의 판촉물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일반의약품 역시 최소한 수준에서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국내외 제약사 대표단체들은 이에 대한 수용 의사를 전한 상황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9월27일 오전 판촉물 금지 등 국제제약협회연합(IFPMA)의 윤리경영지침인 자율규약(Code of Practice)의 주요 개정사항을 공정경쟁규약과 공정경쟁규약심의위원회 심의기준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협회가 IFPMA 자율규약이 개정된 지난 6월 이후 자율준수분과위원회와 유통분과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15차 이사장단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협회는 IFPMA 자율규약 개정 사항 가운데 하나인 '처방의약품에 대한 판촉물 제공금지'와 관련 2019년 1월1일부터 공정경쟁규약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스포츠, 레저, 취미, 오락과 관련한 물품의 판촉물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판촉물 제공 전면금지는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친 뒤 공정경쟁규약에 반영해 시행하기로 했다.

여기에 '제품설명회 등 행사 개최 장소의 적절성'과 관련해선 2019년 1월1일부터 관광, 스포츠, 레저 등의 부대시설이 있는 장소에서의 행사를 금지키로 하고 이를 공정경쟁규약심의위원회 심의기준에 반영해 적용한다는 내용도 밝혔다.

협회 측 관계자는 "윤리경영은 국내 제약산업계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필수요건인 만큼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윤리경영을 확립하기 위해 개정 IFPMA 코드를 준수키로 했다"고 전했다.

이번 제약바이오협회의 결정으로 사실상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거의 모든 제약사는 내년 1월1일부터 사실상의 판촉물 마케팅이 금지되는 것으로 가늠할 수 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역시 지난 8월21일 세계제약연맹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윤리규정(IFPMA Code)을 개정 내용을 따르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제약연맹은 지난 6월 이같은 개정 사항을 해당 규약에 반영해 협회 소속 회사에게 시행하도록 권고했고 KRPIA는 지난 8월 관련 내용을 전체 회원사에 공지하는 한편 회원사들의 이해 제고 및 빠른 정착을 지원하고자 시행에 대한 FAQ 사례를 함께 제공했다.

개정 내용에 따라 KRPIA 회원사는 이를 수행하도록 준비하는 한편 정부와 관련 단체에도 이러한 내용을 전달하고 이해를 구할 것이라는게 KRPIA의 설명이다.

KRPIA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제약업계의 윤리경영을 강조하고 있으며 세계제약협회에서도 전 세계 제약업계의 투명성과 윤리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규약을 개정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맞추어 우리나라에서도 제약산업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우리 회원사들이 앞장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영업현장, 힘들 수 밖에 없다" 국내외사 모두 한숨

이번 가이드라인은 말그대로 '말로 영업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는 점에서 그동안 제약업계에서 시행되던 윤리규정의 연장선에 가깝다.

가이드라인을 두고 다국적 제약사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듯 보인다. 이미 내부 규정에 적용된 곳이 상당수일 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품목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많아 마케팅이 제네릭 대비 적다는 점 등에서 그렇게까지 영업환경의 위축을 걱정해야 할 것은 아니라는 반응이 앞에 나선다.

한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우리 회사의 경우 이미 이에 준하는 규정이 마련돼 있던 상황이어서 내부적인 영업 환경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며 "상대적으로 다국적사는 국내사 대비 영업에서 큰 타격은 있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흥미로운 점은 정작 다국적사의 품목을 영업하는 직원들은 이번 상황이 좋지 않다는 반응이다. 기존 국내사 대비 영업 환경의 불리함을 논하면서 이번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다국적사의 영업력을 꺾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국적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윤리경영을 위한 압박이 더욱 심해진다는 것.

반대로 국내 환경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는데서 아직 국내 제약사들은 상대적으로 다국적사에 유리한 상황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 관계자는 "오리지널이 있다고는 해도 제네릭이 강한 분야에서의 영업 상황은 다국적사가 불리한 것이 사실"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9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가이드라인 수용 이후 "다국적사의 경우 신약 영업에서 제품의 특장점을 통한 접근으로 그나마 병의원 등의 영업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국내 제약사의 경우 향후 영업 현장에서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국내 제약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신약보다 제네릭에서의 매출이 강하다. 처방을 위한 목적의 '리베이트'가 아닌 요양기관 안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기회'로 판촉물을 사용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요양기관에 찾아가면서 '빈손'으로 가는 것이 어색하고 말을 꺼내기도 어려운 영업사원에게 자연스러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게 국내 제약사의 말이다,

더욱이 현행 공정경쟁규약 내 1만원 이하 판촉물 지급이 허용되는 상황에서 이를 없앨 경우 하나의 영업전략이 사라진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 국내 제약사 영업사원은 "말 한 번 꺼내보려고 커피 한잔, 떡 하나 사들고 가는 게 불가능하다면 영업사원들의 운신의 폭도 친분관계가 깊은 사람에게만 한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자주 가지 않는 요양기관의 경우 다짜고짜 찾아가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국내 정서상 이를 달갑게 여길만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 다른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한국의 문화에서 정이라는 덕목은 매우 중요한데 인력 제공 등은 몰라도 경조사비를 비롯해 영업 중 커피 한잔마저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을 때의 영업상 불이익은 클 수 밖에 없다. 사실상 이를 그대로 국내 영업환경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의약품의 경우와 더불어 일선 약국을 돌아다니는 영업현장 내 사람들도 불만은 아직 남아있는 모양새다. 전문의약품 대비 그나마 일반의약품은 최소한의 수준에서 허용되지만 이 역시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지난 2017년 10월 개정된 제4차 공정경쟁규약과 더불어 올해 1월 시작된 지출보고서 작성에서도 1만원 이하 판촉물 제공은 작성대상에서 제외돼 상대적으로 전문의약품에 비해서는 규정이 느슨하지만 일반의약품 판매에서도 공동마케팅 등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실제 세계제약연맹의 가이드라인이 적용될 수 있는 탓이다.

한 국내 제약사 일반의약품 분야 관계자는 "일단은 1월 시행에 따른 타 제약사의 움직임을 볼 예정이지만 향후 일반의약품의 마케팅이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방향이 어떻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없어도 상대적으로 마케팅의 축소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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