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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공론

법도 CP도 막지 못한 '리베이트', 왜 유혹에 빠졌나

이우진 기자   2018-10-11 06:00:30

리베이트 쌍벌제를 필두로 업계의 공정경쟁규약, 투명경영 노력에도 국내 제약사의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는 끊이지 않는 모양새다. 때론 모양을 바꾸거나 방법을 달리해가면서도 사정당국의 눈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리베이트 혐의 혹은 조사 사실이 이렇게 꾸준히 불거지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례도 상당수 회사와 유사하게 업계의 현실을 그대로 대변한다는 반응을 쏟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0일 의사 및 사무장 등에게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국제약품 남태훈 공동대표(37)와 간부급 직원 10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또 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로 의사 106명과 사무장 11명을 입건하는 한편 이 중 혐의가 무거운 의사 윤모 씨(46)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회사는 2013년 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전국 병·의원 384곳의 의사와 사무장 등을 상대로 의약품 처방을 조건으로 적게는 300만원에서 2억원까지 총 42억800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제약품의 경우 영업사원이 의사와 '처방기간, 처방금액, 처방액의 10~20% 선지원'을 약정한 후 대표이사의 결재를 받아 본사 영업부서장 혹은 지점장과 동행해 의사들에게 현금으로 제공했다.

경찰이 발표한 국제약품의 리베이트 자금 조성방법<출처=경기남부지방경찰청>


또 각 거래처를 등급별로 분류해 연초에 정한 등급별 비율에 맞게 매월 현금 또는 법인 카드 예산으로 의사에게 현금 등 이익을 제공했다. 심지어 이는 업무 편의 또는 거래처(의료기관 원장 등)의 요청에 따라 격월 1회/3개월 1회/자비 제공 후 보전 등으로 지급됐다.

여기에 각 거래처를 상대로 경쟁이 치열하거나 새로 나온 제품에는 일정기간 처방 금액 대비 100~300%를 영업직원에게 상여금 명목으로 지급하고 이를 다시 의료기관 원장에게 현금 또는 기프트카드, 주유상품권 등으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국제의 경우 지난 7월 부패방지 경영시스템 구축을 위한 서약식을 열고 내년 중 반부패경영 국제기준인 'ISO 37001'을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지 불과 세 달여만에 이같은 소식이 알려진 것. 더욱이 올해중 발표된 리베이트 관련 조사발표 중에는 가장 큰 액수다.

그러나 최근 수사당국으로부터 리베이트 혐의를 받은 제약사는 불과 국제 뿐만은 아니다. 이미 올해에만 4~5개의 회사가 리베이트 혐의로 검경의 조사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일부 제약사는 리베이트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한 상황.

이같은 소식에 업계 관계자들은 리베이트가 불거지는 시점과 현재 회사가 겪고 있는 상황이 국내 제약사들이 처해있는 환경에 대한 방증이라는 우려를 전한다. 의약품 리베이트가 위법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같은 일이 일어나게 된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약가인하 광풍 2013년…과거 리베이트 발목잡힌 업계
실제 상당수 리베이트 혐의 조사를 받은 제약사의 리베이트 시작 기간은 2013년경이다. 이는 지난 2012년 4월 보건당국의 약가인하 시점과 맞물린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 내 약제비가 증가하고 있다며 건보 적용 의약품 1만3814개 중 절반 정도인 6500여개 품목의 약가를 내렸다.

여기에 2013년 9월에는 매출이 크게 늘어난 의약품의 보험약가를 깎는 '사용량 약가 연동제'를 2014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처방액이 10% 이상 증가 혹은 절대금액이 50억원 이상 증가했을 경우 약가를 최대 10%까지 깎기로 한 것이다.

심지어 2014년 2월에는 의약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시장형실거래가제'를 재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제약업계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었던 때다.

2012년 약가인하 전후 국내·다국적 제약사의 처방액 기준 시장 점유율 변화추이. 좌측 도표에서 큰 폭으로 처방액이 변화하는 지점이 2012년 4월경이다<출처=유비스트, 하이투자증권>


이같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업계에서 유통 등 타분야로 뻗어나가지 못한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문제가 지금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13년경 시행했던 리베이트 혐의로 조사를 받거나 형이 확정된 제약사는 국제약품을 비롯해 광동제약, 한국피엠지제약(혐의 기간 2013~2016년), 파마킹(2011~2014년), 동아제약(2009~2017), 삼일제약(2009~2013), 엠지(2013~2017) 등 다양하다.

해당 혐의가 불거진 제약사의 경우 상위사들도 있지만 상당수의 회사가 중견 혹은 중소제약사라는 점은 다양한 제품의 유통을 크게 벌일수도, 그렇다고 신약 개발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쉽사리 쏟을수도 없는 이들 제약사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의 본목적이 신약개발이라고는 하지만 중견급 제약사 혹은 중소제약사가 막대한 돈을 들여가며 진행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 아닌가"라며 "캐시카우 확보가 더욱 어려워지는 현실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제약사가 리베이트의 유혹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수익 확보를 통해 기본 여력이 만들어져야 뭐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에 리베이트를 한 번 주기 시작하면 이를 한 번에 끊기 어려운 상황까지 다다를 수 있다. 장기적으로 이어진 이유 중 하나로 이를 생각해볼 수 있다"며 "대부분의 제약사가 이같은 우려를 안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확장 위한 오너 3·4세 고민 '변질' 분석도
일각에서는 최근 불거지는 리베이트 혐의 중 상당수가 오너 3·4세가 겪어야 하는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실제로 창업주 혹은 '오너 2세'의 경우 약학을 전공했거나 제품 개발 등에 직접 뛰어들며 몸으로 부딪힌 이들이 적지 않다. 반면 오너 3세 이후를 보면 경영학이나 경제학 분야에서 학업을 다져왔다. 더욱이 회사 외에서 커온 이들과 달리 회사 안에서 승계 과정을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이들의 입지는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정작 경영자 급의 위치에 올라서면 사정은 달라진다. 기존 창업주 혹은 2세 이상의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은 동일해진다는 뜻이다. 사내 입지를 확보하는 동시에 더 뛰어난 성적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실제 국제의 경우 지난 3년간 매출은 사업보고서 기준 2015년 1176억원, 2016년 1206억원, 2017년 1233억원으로 늘었다. 여기에 2020년까지 '2000억원 매출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빠른 성장세를 위한 부담감이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았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몇년간 오너 3세의 리베이트 혐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터지고 있는 이유 역시 매출과 성장세에 대한 압박이 리베이트라는 형태로 변질됐다는 의견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한 약업계 고위 관계자는 "회사를 만들어온 쪽(창업주)에 비해 회사를 꾸리는 쪽(후세 오너)의 어려움이 더 크게 느껴질 것이 당연하다. 내 편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일부 3세 오너들에게 (리베이트 문제가) 불거지는 이유는 이 때문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레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약업계 관계자도 "빠른 시간 내에 회사를 결집시켜야 하는 측면, (기존 오너와의 차별화를 위해) 기존 영업행태와는 다른 전략을 보여줘야 한다는 측면 등에서 신약 개발을 독려하는 분위기를 강조하기도 한다"며 "실제 모 제약사의 경우 과거 창업주와 같은 선택을 했지만 반감은 (3세 쪽에) 더 컸던 사례도 있다. 입지 구축이라는 것이 그만큼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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