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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공론

'뺏느냐 뺏기느냐' 발사르탄 빈자리 영업전쟁 치열

한상인·이우진 기자   2018-07-12 06:00:30

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중국산 발사르탄 API 사태가 사회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발사르탄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영업전쟁 내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공정경쟁자율규약을 비롯해 부정청탁금지법 등 리베이트를 비롯한 편법·불법 영업 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이때 정당한 영업으로도 자사 의약품의 처방을 유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이다.

반면 현재 발사르탄 제제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은 이 처방을 온전히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어 빼앗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1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발사르탄 제제를 판매하고 있지 않은 제약사들 사이에서는 발사르탄 대신 의료기관에 다른 제제를 처방할 수 있도록 영업사원을 투입하고 있다.

CSO의 경우 더욱 심하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10여곳 중 4곳 이상의 영업사원들이 다양한 형태로 처방변경 등을 꾀하고 있고 약을 준비해 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식약처가 처음 발표한 219품목 중 발사르탄 오리지널 복합제인 '엑스포지' 제네릭은 160여개, 매출 비중은 디오반 제네릭에 비해 10배 정도로 현재 엑스포지 제네릭 처방의 상당수가 동일 계열 고혈압약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발사르탄 관련 제네릭 제품이 있는 몇몇 제약사의 경우 자사 제품 중 동일 계열 고혈압 복합제 제네릭을 보유한 경우 이를 처방할 것을 권하는 모양새"라며 "CSO의 경우 보다 움직임이 자유로운 편이다. CSO는 제약사 영업사원보다 문제가 되지 않은 동일계열 약을 새로 쉽게 구비해 그간 관계를 맺어온 의사에게 처방을 권하는 형태"라고 전했다.

사실 이번에 문제를 겪은 제약사들의 피해액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실제 아이큐비아(옛 IMS)가 지난 10일 밝힌 바에 따르면 발암 가능물질 함유로 인해 판매가 중지된 발사르탄 제제의 연간 판매규모는 333억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콜마의 '하이포지'가 지난해 기준 33억4000만원, 대한뉴팜의 '엔피포지'(22억9000만원), 삼익제약의 '카덴자'(22억8000만원) 등은 다소 매출이 높았지만 나머지 제품은 10억원 이하인 곳이 많았던 탓이다.

그러나 전체 발사르탄 제제의 처방 규모를 보면 사정은 조금 달라진다. 단일제 및 복합제의 시장규모는 약 2900억원 선이다. 오리지널인 디오반과 엑스포지도 지난해 기준 전체의 30%가 넘는 9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내 고혈압 치료제 중 '발사르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실제 문제가 되지 않은 제품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타 약물의 입장에서는 아주 큰 기회일 수 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의료진에게 그 영향이 적다고 해도 환자의 입장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의료는 의사의 소신에 따라 치료방향과 약제를 정하는 것이 맞지만 일부 환자들의 경우 문제가 됐던 의약품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질 경우 이에 대해 반대하고, 의사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이 처방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도 왕왕 생길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사의 의약품 처방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 국민들의 인식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은 더욱 쉬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영업사원들의 이야기다.

지난 2016년 시작된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이라고도 불림)을 시작으로 제약업계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자율공정경쟁규약, 공정거래질서를 위한 제약사들의 'ISO 37001' 획득까지 업계의 영업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에 더해 의료기관의 처방내역 거절 등 실제 의료기관에서 홍보를 하기 어려워진 제약사원의 상황까지 맞물려 들어갔는데 국민적 정서를 등에 업고 정당한 영업으로 실적을 낼 수 있는 하나의 기회인 셈이다.

반면 신뢰도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제약사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제일약품은 의료기관에 공문을 보내면서 자사의 '제이포지'가 인도산 원료를 사용한 안전한 제품으로 실제 절강화해제약(제지앙 화하이)의 제품은 원료등록 뿐이었음을 알리고 있다.

여기에 일동제약은 자사의 제품 중 잠정적인 판매 중지 및 제조수입 중지 품목이 없다는 내용의 홍보자료를, 메디카코리아는 '메디로텐정'의 품목은 인도산 원료로 처방이 가능한 제품임을, 유유제약은 피해 최소화를 위한 서신을 의료기관에 보내는 등 각각 각자도생을 위한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이 밖에도 수 개 제약사도 공문 및 보도자료를 보내고 있고, 일부 회사는 영업사원을 통한 서신을 보내면서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이 타 제제를 가진 회사에게는 기회가 될 수 밖에 없다"며 "불편한 일을 하지 않고도 (국민적 정서 덕에) 처방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니겠느냐. 반대로 방어하는 쪽은 단순히 품목이 뻬앗긴다는 것이 아닌 회사의 이미지와도 연관이 될 수 있는 탓에 어떻게든 병원에서의 처방을 지속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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