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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공론

"의약품 일련번호 어렵네…제가 바보가 된 것 같아요"

감성균 기자   2018-04-16 06:00:27

"아..이 약 아닌가요..3개요..네..네..그런데 이건 왜 또 안찍히는 건가요..아 또 잘못 찍었습니다..죄송합니다..제가 바보가 된 것 같네요."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로 인한 논란이 여전하다.

사실 이 제도는 지난 2017년 7월부터 도입돼 시행 9개월째에 접어든 상태다. 그러나 행정처분이 18개월간 유예되면서 사실상 본격 시행은 내년 1월부터이다.

일반적으로 행정처분 유예는 새롭게 시행하는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주어지는 일종의 정책적 배려인 경우가 많지만 일련번호 제도는 이야기가 다르다.

제도를 수행해야 할 주체인 유통업계는 여전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복지부 주도의 일련번호 협의체에서는 유통-제약-정부 3자 간 입장은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함께 현안을 공유해야 할 약국와 병원 등의 무관심도 여전하다.

국회에서도 계속해서 문제를 지적한다.

이를 두고 상당수 관계자들은 유통업계가 ‘몽니’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벌써 수년 전부터 논의가 진행된 사안이고, 실제 제약업계는 이미 별탈없이 시행하고 있는데도 유통사들만 ‘죽겠다’며 트집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정말 일련번호 제도에 반대하는 의약품유통사들의 주장은 ‘몽니’인 것일까.

그래서 지난 12일 일련번호 준비에 꽤 공을 들인 서울 모 지역 중견 의약품유통업체를 직접 찾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일련번호 제도를 직접 체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기자가 숙련직원의 도움을 받아 직접 일련번호 체험에 나서봤다.



△약품 찾아 삼만리…바코드 일일이 다 찍어야…찾기도 어렵고…

일련번호 제도를 시행해야 하는 유통사들의 첫 번째 불만은 업무량의 폭증이다. 그렇다면 실제 늘어나는 업무량은 얼마나 될까.

우선 카트 1대를 배정받았다. 카트 1대에는 모두 9개의 배송박스를 실을 수 있다. 박스 1개 당 약국 1곳의 주문 의약품을 담을 수 있다. 주문내역이 입력된 라벨(배송지시서)을 출력해 각 박스에 부착한다.

그러면 카트에 설치된 타블렛 PC와 연동돼 9개 약국의 주문 내역을 화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각 약국명과 주문의약품 및 개수, 그리고 창고에 보관된 해당 의약품의 위치가 표시된다.

사전 준비작업이 끝나면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일일이 의약품을 찾아야 한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

공간적 한계가 있다보니 십여대의 카트와 사람이 지나가기에 아슬아슬하다.

그런데 문제는 복잡한 공간이 아니라 제품 자체에 있었다.


“이 약 맞나요”

“아니요 그 옆에 있는 제품요”

다시 한번 가서 확인하고 집어든다. 같은 회사에 비슷한 상품명이라 착각했다. 약국에서도 유사 상품명에 유사 포장으로 조제오류가 자주 일어나는데, 배송 작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0개 맞죠? 다행히 한 묶음으로 포장되어 있네요”

“그렇긴 한데 일일이 다 스캐너에 찍으셔야 해요”

“하나하나씩 다요?”

일련번호 때문이다. 똑같은 제품이어도 각각 10번을 동일하게 읽혀야 한다. 묶음번호가 돼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서 개별 작업을 해야하는 것이다. 이런 제품이 55%에 달한다.

“이건 왜 안찍혀요?” “그건 RFID에요. 우리 회사는 RFID인식기가 따로 없어서 별도 입력해야 해요”

“이건 바코드가 어디있어요?” “(제품을) 돌려보세요. 그 밑에 작은 표시 보이죠.”

1차원, 2차원, RFID가 혼재돼 있다. 더구나 바코드의 위치도 제각각이다. 일일이 찾아야 하고, 찍히지 않으면 수작업을 별도로 해야 한다. 하나로 통합돼서 동일한 위치에 있다면 훨씬 작업하기 쉬울텐데.

그랬다. 제품이 혼동되지 않도록 일일이 찾아야 하고, 묶음번호가 없어서 개별 상품을 일일이 개봉해 하나씩 읽혀야 한다. 더구나 제품마다 각각 다른 위치, 다른 형태로 있는 바코드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숙련자가 이런 방식으로 9개 약국 160여개 제품을 담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0~25분. 이런 과정을 숙련자 1인당 하루 약 30번을 반복한다. 단순 산술로 1인당 처리해야 하는 품목이 4800개다.

묶음번호가 없어 이들 제품을 일일이 꺼내 바코드를 읽혀야 한다.


이 뿐 아니다. 이렇게 담겨진 의약품은 오류를 줄이기 위해 제 2차 검수작업도 이뤄진다.

이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일련번호 이전 상황과 비교해 전체적인 업무량이 30% 가량 늘었다고 말한다.

그래도 2차원 바코드 부착과 리딩작업은 제약사의 협조로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일부 제품은 설명서가 바코드를 덮고 있기도 했다.


△수익률 1% 유통사가 투자는 수억원 이상

본지가 13일 현재 기준으로 금융감독원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국내 143곳 의약품 유통업체들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총 매출액은 약 19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순이익은 3000억원. 수익률 평균이 불과 1.6% 수준인 것이다.

즉, 1조 매출을 올려도 수익률이 160억원 밖에 안된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에 매출 1조를 넘는 회사는 지난해 단 두 곳뿐이었다.

기자가 일련번호 체험을 위해 방문한 이 회사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2천억원이 채 안되는 곳이다. 수익은 1%를 훨씬 밑돌아 업계 평균에 못 미쳤다.

그럼에도 이 회사는 지난해 카트를 포함한 장비 교체에만 2억 5000만원을 지출했다. 공장 구조를 바꾸기 위해 3개월 간 휴일마다 출근해 작업을 한 직원들의 인건비는 별도다.

장비가 비싸다고 싼 제품을 쓸 수는 없다. 이 회사의 경우 바코드를 찍는 건타입의 스캐너만 해도 한 대당 80만원짜리이다. 일부에서는 더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싼 게 비지떡’이었다. 스캐너는 그나마 저렴한 장비다. 배송카트는 전체 구입비가 1억 5천만원이나 했다.

그렇게 일련번호에 맞춰 시스템을 교체하고 자동화 했지만 그렇다고 인건비나 운영비가 줄지도 않았다. 유통 작업의 특성상 단순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인력은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밝혔듯이 직원들의 업무량은 30% 늘어난 상태이다.

물론 업무의 정확도는 늘어났다. 제약사의 바코드 시스템도 개선되고 있으니 더욱 나아질 것이라 기대는 하고 있다.


△관심없는 약국 준비 안하면 배송·반품 대란 올 것

출고를 위한 의약품 배송 준비작업에 소요되는 업무가 30%가 늘어났다는 것은 바로 약국으로의 배송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더구나 배송 작업이 바쁘더라도 매일매일 루틴이 유지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십수억원의 의약품이 한꺼번에 입고되는 월 초 등이 더욱 문제다.

생각해보라. 십수억원에 달하는 의약품을 일일이 전산 작업해야 하는 수고를 약국은 알 것이다. 약국에서 사입하는 의약품 정도를 바코드 처리하려고 해도 직원들의 입이 한뼘은 나와있지 않은가.

이 회사 관계자는 “가까스로 1일 3배송을 맞추고 있지만 본격적인 일련번호 제도가 시행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통업체들간 협의를 통해 배송 횟수를 줄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유통사 입장에서 문제는 또 있다. 출하가 연기되는 시간 동안 유통사는 그만큼의 재고를 더 확보해야 하는 엄청난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어찌됐든 약국 입장에서는 배송횟수가 줄면, 재고관리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약국 규모와 특성에 따라 추가 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반품이다. 이미 일부 제약사들은 일련번호 제도가 실시되면 출하 근거가 없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반품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약국들은 평균 4~5곳의 의약품유통업체와 거래를 하고 있고 약국도 그때마다 업체들에게 주문을 하고 있어 의약품 납품 근거를 잡기 어렵다.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은 의약품이지만 공급 업체는 다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약국에서는 자동 조제기를 사용해 일괄 조제를 하다가 발생하는 낱알 반품의 경우, 의약품 공급 업체와 반품 업체가 상이한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약국에 사입된 의약품을 구입 유통사에 맞춰 제각각 분류한 후 해당 회사에 반품할 수 있는 능력과 여유가 되는 약국은 얼마나 될까.

△제도 도입 위한 현실적 상황 고려해야

유통업계는 묶음번호 문제 해결을 비롯해 2D·RFID 바코드 일원화와 부착 위치 표준화 및 법제화를 요구한 것은 이같은 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협회 관계자는 "2D·RFID 바코드 일원화는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서 필요하고, 비용 대비 효율성을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통협회는 제약·유통·요양기관의 단계적 일련번호 제도 시행이 아닌 동시 진행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해야 간다는 입장이다.

툭하면 이렇게 직접 입력하라는 에러 메시지가 뜬다.

약공덧글  |  덧글작성

  • 2018-04-16 22:31:50 바보 수정 삭제
    약사님들~~약국에 당장피해없다 생각하지마세요
    배송늦다 뭐라하지마시고 출하된약인데 일련번호 틀렸다고 반품안받아도 뭐라하지마시구요~당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