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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공론

한약, 오랜 경험과 정확한 관찰로 축척된 '지혜의 보고'

약사공론   2018-03-14 06:00:15

류형준 약사의 ‘새로운 관점의 한약제제학’은 약사회원들이 누구나 쉽게 배우고 이해 할 수 있는 한약제제이론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치유약학으로 약국에서 약사의 역할을 확대하고 자신감과 자긍심을 심어주고자 연재를 20회에 걸쳐 게재한다. 약사님들의 많은 관심 바란다. <편집자주>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의 비교

의학은 기본적으로 해부생리학, 병리학, 약물학으로 구성된다. 첫째, 해부생리학으로 정상적인 인체의 구조와 대사기능을 숙지한다. 둘째, 병리학으로 정상적인 생리와 다른 비정상적인 기능을 비교해 질병을 파악한다. 셋째, 비정상적인 상태를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되도록 도와줄 수 있는 어떤 것을 찾는 것이다. 전통의학과 현대의학의 비교를 위해 의학의 기본인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약물학을 중심으로 전통의학이 성립됐던 시대적 상황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신농본초경, 황제내경, 상한론 등이 출간되면서 전통의학의 이론체계가 형성됐던 시기의 시대적인 상황을 살펴보자. 과학기술의 미발달로 현미경조차 없었으니 해부학은 자세한 세포 차원의 관찰은 불가능하고 육안으로 구분이 가능한 정도의 크기에서 형태적인 구분만 이뤄지는 가장 기본적인 수준이다. 또한 살아있는 상태에서 장기를 관찰할 수 없으므로 장기들의 활동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해부학이 그 정도라면 해부학을 바탕으로 구분되어진 장기, 기관, 샘 등의 여러 조직들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분석을 통해서 어떠한 생리활성 물질을 생산하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또 세포 내에서의 대사는 어떻게 이뤄지는지와 같은 생리학의 발달은 기대할 수도 없다. 해부학과 생리학을 기본으로 인체의 정상적인 생김새와 정상적인 대사기능을 알고 난 후 비정상적인 상태를 연구하는 병리학의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커다란 모순이다.

약물학은 생리학과 병리학을 기본으로 병리적인 상황을 정상적인 상황으로 바꾸는데 필요한 약물을 연구하는 것인데 이는 병리학과 마찬가지 상황이다. 해부생리학에 해당되는 장부론은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인 뇌의 기능에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못하고 있으니 원론적이라고 하기에도 부족하다. 해부생리학이 그러하니 병리학에 해당하는 병증은 더욱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세균, 진균, 바이러스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시대에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력에 의지해 생각한 병증이니 이 또한 원론적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많다.

본초학은 앞에서의 해부생리학과 병증의 이론이 정확하지 않은 상황이니 본초학에 대한 제대로 된 정리가 될 수 없는 것은 누구나 다 짐작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약물학 등 의학의 기본이 되는 학문들이 발달할 수 없었던 과학적인 수준에서 형성된 전통의학이 현대의학과 대등한 입장에서 소통할 창구를 찾는 것은 불가능한 작업이다.

△전통의학과 현대의학의 통합

현대의학은 실험과 증명을 통해 합리적인 체계를 갖고 서로 간의 비교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과학적인 체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의학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정확하다. 하지만 전통의학은 부족한 기반에서도 몇몇의 천재의학자들이 나타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로 질병치료에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 현실적으로 질병을 치료하는데 많은 공헌을 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괴리감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를 풀어가는 것이 바로 통합의학의 방향이며 필요성이다. 통합의학은 아래와 같은 전제 조건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통합의학의 체계는 전통의학 이론이 아닌 현대의학의 해부생리학과 병리학, 약물학을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전통의학을 현대의학으로 재해석하기보다는 이미 실험을 통해서 확인된 현대의학을 기본으로 전통의학의 결과물들을 골라 새롭게 해석해야 현대의학과 접목돼 의학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둘째, 본초학의 재발견이다. 본초학은 바로 약재에 대한 설명이다. 이것들 중 선인들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성미와 귀경은 버리고 실제 있는 사실을 기록한 효능효과와 임상응용에 해당하는 부분에 집중해 재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초학에 기록된 효능효과와 임상응용의 결과들을 생리학과 병리학으로 재해석해 약물학적인 효과를 밝혀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본초학에 기록된 효능효과와 임상응용은 전통적으로 활용된 약재들의 임상실험 기록들이다.

△한약의 우수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전통의학을 공부해야만 하는가?

첫째, 전통의학은 기본적으로 선인들이 오랜 기간 동안 질병을 고치기 위해 병마와 싸워 이긴 투쟁의 기록들이다. 오랜 경험과 놀라울 정도의 정확한 관찰로 왜 낫는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부작용은 적으면서도 치료효과가 있는 약초를 찾아내고 같은 병증이나 유사한 질병에 치료약으로 사용해 많은 효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경험적인 지혜의 보고를 버릴 수 없다.

류형준 약사.

둘째, 자연의 산물인 한약은 그 자체로 우수한 약이다. 한약은 자연약으로 생명 이 지구상에 나타나면서부터 수십억 년동안 병원성 미생물에 대한 방어력이나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필요한 기능을 보강하는 물질들이 진화해온 산물들이다. 그렇게 생명체 안에 축적된 진화의 산물을 질병치료에 도움이 되는 기준으로 선별해 사용하는 것이 자연약이다.

한방이 부족한 이론체계에서도 현재까지 생존하고 있는 것이 어쩌면 한약 즉 자연약 효과의 우수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셋째, 한약은 신약의 보고이다. 이제까지 신약을 찾는 방법이 대부분 문헌을 근거로 비슷한 쓰임새의 자연약에서 찾아내는 것으로 연구를 시작했으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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