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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공론

슬로베니아 알프스의 생약자원

약사공론   2018-06-14 12:00:21

슬로베니아는 알프스 산맥을 경계로 왼쪽으로 이탈리아, 북쪽으로 오스트리아, 오른쪽으로 항가리, 남쪽으로 크로아티아와 국경을 이루고 있는 유렵 동남부의 발칸반도에 위치하고 있는 우리나라 면적의 1/4 정도의 조그마한 나라이다.

이번 여행(5월 19∼26일) 중에 알프스의 동쪽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지역을 방문하였다. 알프스의 본고장인 스위스는 2차례 방문하여 알프스 뮈렌 지역의 생약자원을 약사공론에 기고한 적이 있다. 슬로베니아의 이 지역은 알프스 산맥의 동쪽 끝자락의 조용한 휴양도시로서 알프스의 빙하수로 이루어진 블레드 호수에는 아름다운 섬이 있으며, 이 섬으로 이탈리아의 베니스의 콘도라 같은 배로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섬에 내리자 99계단의 옆에 꽃을 피운 거대한 유럽피나무가 나를 맞이한다. 유럽피나무는 우리나라의 속리산 등에서 전기인두로 나무에 그림을 그리는 피나무(Tilia amurensis)의 동속식물로서 크게 차이가 없었다. 피나무와 경쟁을 하듯 유럽칠엽수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칠엽수(Aeseulus turbianata)는 일본에서 도입되었으며, 잎이 7개의 작은 잎으로 나누어지기 때문에 칠엽수라고 한다.

유럽칠엽수는 노르웨이 오슬로의 왕궁의 정문, 프랑스의 파리를 대표하는 거리인 상제리제 거리의 마르니에라고 하는 정원수가 유럽칠엽수이다. 섬 한 가운데에 아름다운 성당이 위치하며, 성당 주위로 섬을 일주하는 산책로가 있다. 성당의 벽에는 거지덩굴이 담장이처럼 성당 벽을 감싸고 있었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❶만병초, ❷수국, ❸브레드 호수의 방풍 동속식물, ❹흰닷딸기.


성당 옆 화단에는 Sieboldii에 의해서 유럽에 전파된 작약(Paeonia lactiflora)의 원예종이 화사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작약(芍藥)은 사물탕(四物湯) 등에 사용되는 중요한 약물이다. 작약 옆에 수국이 꽃을 만개하고 있었다. 수국은 우리나라에서 장마철에 꽃을 만개하며, 부산 태종대의 태종사의 절에서 6월 하순에 수국 축제를 하고 있다.

수국의 전초를 팔선화(八仙花)라고 하며, 해열약으로 사용한다. 수국 역시 Sieboldii에 의해서 유럽에 전파된 식물이다. Sieboldii는 네델란드의 의사이면서 식물학자로서 19세기 일본으로 와서 일본 여자와 결혼한 사람으로 오페라 나비부인의 주역이기도 하다. Sieboldii는 한국, 일본 및 중국의 식물을 유럽에 많이 전파했으며, 독일의 하이델베르그성 옆의 호두나무 또한 Sieboldii가 유럽에 전파한 것 중의 하나이다.

섬 순환 도로의 숲속에 나물로서 많이 먹는 울릉도에 자생하는 산마늘이 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산마늘의 존재가 이곳이 앞프스의 청정 지역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산마늘의 옆에 빨갛게 잘 익은 뱀딸기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뱀딸기의 열매를 어린 시절에 딸기의 대용으로 먹기도 했다. 뱀딸기의 전초(全草)를 생약 사매(蛇每), 사과초(蛇果草), 정창초(疔瘡草)라고 하며, 주로 민간약으로 피부병, 월경불순, 이질, 화상의 치료에 사용한다. 뱀딸기 옆에 우리의 백두산에 자생하는 산매발톱이 보라색의 꽃을 피우고, 흰닷딸기가 화사한 흰꽃을 피우고 있었다.

조금 나아가니 우리의 머위보다 잎이 대형인 머위의 군락이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머위 잎과 줄기를 식용으로 사용하지만, 일본에서는 화관동화(花款冬花)라고 하며, 관동화(款冬花)의 대용으로 사용하지만, 이것을 잘못이다.

작년 봄, 스위스 알프스의 슈탄저호른에서 관동화(款冬花)의 대군락을 발견하고 감격한 적이 있었다. 관동화(款冬花)는 진해, 거담제의 대표적인 약물이다. 섬의 산책길로 나아가니 울릉도에 자생하는 섬시호(Bupleulum latissimum)의 동속식물인 알프스시호가 노란 꽃을 피우고 있었다. 시호의 뿌리를 생약 시호(柴胡)라고 하며, 흉협고만(胸脇苦滿)의 증상이 있는 황달(黃疸), 간염(肝炎)의 대표적인 치료 약물이다.

시호 옆에 백두산에 자생하는 돌바늘꽃이 흰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있었다. 또한 애기똥풀의 노란꽃이 만개하고 있었다. 줄기를 자르면 애기똥과 같은 노란 유액(乳液)이 나오므로 붙여진 이름이다. 애기똥풀의 전초를 생약 백굴채(白屈菜)라고 하며, 황달, 위궤양, 진통제로 사용한다. 식물의 유액(乳液)에는 흰색, 노랑색, 분홍색의 3종류가 있으며, 모두 약용으로 이용된다.

분홍색의 유액을 함유한 것으로 양귀비가 있다. 양귀비의 분홍색의 유액인 아편(阿片)은 최고의 효능을 가진 진통제이지만, 중독성 때문에 마약으로 지정되어 있다. 양귀비의 원산지가 알프스 스위스 지역이다. 섬의 선착장 부근에 유럽딱총나무가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딱총나무의 줄기를 접골목(接骨木)이라고 하며, 생약명(生藥名)이 용도로 사용되는 약물이다.

섬을 나와서 호반을 산책하니, 백두산에도 자생하는 금앵자나무가 해당화처럼 빨간 꽃을 피우고 있었다. 금앵자나무의 열매를 생약 금앵자(金櫻子)라고 하며, 강장(强壯), 수렴(收斂), 지사약(止瀉藥)으로 사용한다. 금앵자나무 아래에 북유럽에 넓게 분포하는 Ladys mantle이 노란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 식물은 북유럽의 아이슬랜드, 노르웨이 등에도 분포하며, 유럽에서 무릎관절의 치료에 이용하고 있다. 호반의 가장자리에 흰패랭이꽃의 군락이 모습을 나타내었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❺산딸나무, ❻꽃양귀비, ❼흰패랭이꽃, ❽금앵자나무


흰패랭이꽃은 우리나라에 자생하지 않으며, 저자가 청도 운문산에서 드물게 발견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패랭이꽃, 술패랭이꽃, 구름패랭이꽃 등이 자생하며, 패랭이꽃의 전초(全草)를 생약 구맥(瞿麥)이라고 하며, 통경(通經)의 효능이 있는 대표적인 생약이다. 붉은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요염함 자태를 뽐내는 야생의 꽃양귀비가 만개해 있었다. 꽃양귀비는 아편을 함유하지 않으므로 약용으로 사용되지 않으며, 원예용으로 개발되어서 우리나라 지방의 꽃 축제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꽃양귀비 사이로 루피너스가 보라색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 식물은 최근 우리나라에 원예용으로 도입되어서 재배되고 있다. 북유럽의 아이슬랜드에 갔을 때에 도로변 4Km에 루피너스의 꽃이 만개하여 장관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본적이 있다. 호반 주위에 장구채의 동속식물인 알프스장구채가 자라고 있었다. 장구채의 전초를 생약 왕불유행(王不留行)이라고 하며, 활혈(活血), 통경(通經), 최유(催乳)의 목적으로 사용된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왕불유행(王不留行)은 장구채의 전초가 아닌, 얼치기완두, 새완두의 열매 등 많은 유사품이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호반을 지나서 블레드 성(城)으로 가는 길에 물가에서 자라는 물참대가 흰꽃을 만개하고 있으며, 산딸나무가 경쟁을 하듯이 눈이 내린 것처럼 흰꽃을 피우고 있었다. 언덕을 조금 오르니 만병초(萬病草)가 화사한 붉은 꽃을 요염하게 피우고 있었다. 만병(萬病)의 치료에 사용하므로 만병초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우리나라의 지리산, 설악산, 울릉도 성인봉에도 자생하며, 백두산의 천지 호반에 동속 식물인 노랑반병초의 대군락이 있다.

부산약대 박종희 명예교수.

만병초는 유럽의 알프스에서도 여러 종류가 자생하고 있으며, 네팔의 국화이며, 히말라야의 곳곳에서 화사한 꽃을 피우며, 히말라야의 동쪽 끝자락인 중국 운남성의 옥룡설산(玉龍雪山)에는 만병초의 대군락이 있다. 불레드 성(城)의 정상에 오르니 성벽 사이로 블레드 호수를 바라보면서 방풍(Saposhnikovia divaricata)의 동속 식물이 화사한 흰꽃을 피우고 있었다. 한방에서 풍사(風邪)를 막아주는 대표적인 약물인 방풍(防風)은 우리나라에 자생하지 않으며, 제주도와 남해안의 해변가에서 자생하는 갯기름나물을 방풍이라고 하는 것은 잘 못이다.

갯기름나룸의 뿌리를 식방풍(植防風)이라고 하며, 잎을 주로 나물로 먹는다. 이와 같은 알프스의 생약자원을 기반으로 700년의 역사를 가진 약국이 현재에도 영업 중인 것을 보고 부럽기 그지없었다. 알프스를 품고 있는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의 약국은 알프스의 풍부한 생약자원과 더불어 번창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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